대통령 집합건물 문제 지적이 아파트 관리로 불똥
국토부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 개선방안에 업계 반발...“비리 프레임 우려”
“대다수 현장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어”
“일부 사례로 업계 전체 매도해선 안 돼”
“과잉 규제가 오히려 입주민 피해 키울 수도”
"구조적 모순 해결 없는 처벌 위주의 규제 강화 안 돼"
![국토교통부가 2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관리현장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 관리비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https://cdn.aptn.co.kr/news/photo/202605/112015_46135_4959.jpg)
국토교통부가 2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관리현장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 관리비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관리비 관련 비리를 근절해 입주민 피해를 막겠다며 발표한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업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관리비 공개와 여러 통제·감시 시스템을 통해 투명성이 강화된 공동주택 관리 운영을 더욱 옭아매 종사자들의 업무 경직성과 전문 인력의 현장 회피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입주민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처벌수위·입찰제도 강화
국토교통부는 2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9차 회의’에서 공동주택 관리주체에 대한 처벌수위와 입찰제도 등 강화 계획을 밝혔다.
먼저 입주자등 동의 시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하던 규정을 삭제해 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의 관리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택관리사가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입주자등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금품수수 등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기존 ‘자격정지’에서 ‘자격취소’로 제재 수준을 강화한다.
관리비 관련 사항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도 높인다. ▲장부 미작성 또는 거짓 작성 시: 기존 징역 1년·벌금 1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2년·벌금 2000만원 이하로 ▲장부 열람·교부 거부 시: 기존 과태료 500만원 이하에서 징역 1년·벌금 1000만원 이하로 ▲관리비 내역 제공 의무 위반 시: 기존 과태료 5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개정한다. 또한 국토부는 관리주체의 포괄적 의무사항 중 관리비의 세대별 부과·징수 의무를 명시적으로 신설하고 이에 대한 과태료도 포괄적 의무위반에 대한 과태료 금액보다 상향할 예정이다.
공동주택 공사·용역 등 계약과 관련해서는 효율적 관리를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수의계약 대상에서 보험·공산품 등 품목을 삭제하며 기 계약한 청소·경비 용역에 대해 사업수행실적 등을 감안해 수의계약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대신 수의계약 대상을 천재지변·안전사고 등 긴급한 경우와 특정 기술이 필요한 경우 등으로만 한정한다.
또 제한경쟁입찰 시 공사·용역에 필요한 특허·신기술 적용을 입주자등에게 사전동의 받도록 해 과도한 참가자격 제한으로 인한 담합 등 문제 발생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관리비 대부분은 개별세대 사용료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이번 국토부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택관리사들은 곧바로 국민동의 청원을 제기했고 한국주택관리협회(이하 한주협)와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이하 대주관)는 근거 없는 관리업계 매도와 과도한 규제 강화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문을 각 발표했다.
이번에 국토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깜깜이 관리비 문제’를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비아파트 등 집합건물에서 임대료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꼼수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집합건물에 비해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공동주택 관리분야로 규제의 화살이 잘못 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 제도개선 방안 발표 자료 등에서 ‘비리 주택관리사’ ‘관리비리’ 등 표현을 써가며 마치 공동주택 관리업계에 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비춰지게 했다. 여기에 많은 언론이 충분한 검증이나 통찰 없이 이를 기사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관리비가 그동안 비리 주택관리사 등에 의해 부당하게 새어나가고 있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김영아 국토부 주택건설운영과장도 백브리핑에서 “공동주택 관리 영역은 제도가 촘촘히 마련돼 있어 제도 미비로 인한 관리비 전가와 담합 우려는 높지 않다”고 밝힌 것처럼 대다수 관리현장은 법령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리비 항목별 비용은 매월 아파트 홈페이지와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등에 상세히 공개되고 있으며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제도와 입주민의 자료 열람권, 지자체 감사, 외부회계감사 등을 통해 관리 운영 전반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주관은 “일부 위반사례를 근거로 전체 주택관리사와 관리종사자 구성원을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공동주택 업계 전체가 고질적·구조적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보도하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의 현장조사 결과 적발된 사례는 계약서나 회계감사 결과 공개 지연 등 관리업무의 복잡성과 단순 행정적 착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 대주관의 설명이다.
대주관은 “국토부 자료에서 나타난 것처럼 3월 관리비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 수준인 2.1% 상승에 그친 것은 대다수 관리종사자들이 관련 법령과 회계처리기준 등을 철저히 준수하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 책임감 있는 관리 노력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관리비를 구성하는 요소를 살펴 보면 관리비 상승 요인은 개별 세대의 전기료, 난방비 등 사용료가 대부분으로 과다하게 징수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토부 발표 자료의 ‘세대당 관리비 세목별 비교’ 표를 봐도 올해 3월 전체 관리비는 일반관리비(인건비 등) 18.2%, 경비비 12.1%, 청소비 8.3%, 개별 세대 사용료(난방, 급탕, 수도, 전기, 가스) 43.7%, 장기수선충당금 9.82%, 기타 경상 경비 등 7.87%로 일반관리비보다 개별 세대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주협은 “관리비 상당 부분이 공공요금 인상, 최저임금 상승, 단지 노후화, 안전관리 기준 강화 등 외부적·구조적 요인에 따라 증가한다”며 “이는 관리주체가 임의로 통제하거나 감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관리비 상승을 관리주체의 비리나 방만 운영의 결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관리주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규탄했다.
한주협과 대주관은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일반관리비와 개별 세대 사용료를 구분할 것을 제언했다. 한주협은 “관리비 항목의 성격과 상승 원인을 공공요금·인건비 등으로 구분해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 위축·전문 인력 이탈 우려”
현장의 구조적 모순은 외면한 채 처벌 위주의 규제만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주관은 “처벌 수위만 높이는 방식은 과도한 위축 효과를 불러일으켜 자칫 관리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처벌에 앞서 현장의 고질적인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관리종사자들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현장 비리의 상당수는 관리자 개인의 일탈보다 입주자대표회의나 일부 유력 입주민의 직·간접적인 압박과 이권 개입에서 비롯된다”며 “실무자만 범죄자 취급할 것이 아니라 외부 외압으로부터 관리주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외압을 가한 주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및 신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외압에 시달리면서 사소한 실수나 해석 차이 하나로 범죄자가 되고 평생의 직장을 잃는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그 어떤 유능한 주택관리사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방어 행정과 전문 인력의 현장 기피 현상을 낳아 입주민의 피해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한주협도 “입대의·주택관리업자·관리사무소장·외부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가 입대의 의결 또는 결정에 따라 집행한 사안에 대해서는 면책 또는 책임 감경 기준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한주협은 또 “주택관리사 자격취소는 개인의 직업 수행 자체를 박탈하는 중대한 행정처분”이라며 “고의적 비리 또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한정할 필요가 있고 단순 착오나 법령 해석상 불명확한 사안을 형사처벌이나 자격취소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부 열람·교부, 계약서 공개, 개인정보 보호, 수의계약 가능 사유, 제한경쟁입찰 요건에 관한 전국 공통의 표준 지침을 법령 또는 고시로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입찰제도 강화와 관련해 한주협은 “방수·도장·승강기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기술 능력·실적·전문인력을 고려한 합리적 제한경쟁입찰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며 “입찰제도의 목적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에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동의 청원에서 종사자들도 “민원과 긴급 보수가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아파트 현장에서 사소한 항목까지 무조건 경쟁입찰을 거치게 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력 낭비”라고 이번 대책을 지적하며 “입찰 지연으로 인한 정비 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가므로 기동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금액 기준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