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파트신문] [사설] 지원체계는 잠들어 있는데 처벌만 깨어 있다

작성일 :
2026-06-16 11:53:37
최종수정일 :
2026-06-16 11:53:47
작성자
경영지원실
조회수 :
34

[사설] 지원체계는 잠들어 있는데 처벌만 깨어 있다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는 왜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입주민이나 관리현장 종사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법에는 분명 존재한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교육과 상담, 기술지원과 컨설팅을 통해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와 지역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리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원체계는 잠들어 있는데 처벌과 제재만 강화되는 것이 현재 공동주택 관리정책의 현실이다.

오늘날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초고층화와 대단지화는 물론 스마트홈과 첨단 설비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관리업무의 전문성과 책임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기수선계획 수립, 대규모 공사 발주, 회계처리, 시설 안전관리, 에너지 관리, 각종 민원 대응과 법적 분쟁까지 관리현장이 감당해야 할 업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면 관리현장의 여건은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저가 경쟁 중심의 관리업체 선정은 인력 감축과 업무 과중을 초래하고 있으며 전문인력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역시 충분하지 않다. 복잡한 법령과 행정절차를 현장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관리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원체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지정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는 단순한 감독과 처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교육?상담?컨설팅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그 결과물이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와 지역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다.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는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다. 관리비 분쟁 예방, 장기수선계획 자문, 입찰 절차 지원, 회계 및 감사 상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교육, 공동체 활성화, 시설관리 기술지원 등 공동주택 관리 전반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조직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크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한국아파트신문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현재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2개 광역단체는 아직 설치 계획조차 뚜렷하지 않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제도는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입찰과 회계, 장기수선충당금 집행, 대규모 공사 발주 등 복잡한 현안에 대해 전문적인 자문을 받고 싶어도 적절한 지원 창구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 상당수는 사후 징계보다 사전 상담과 예방적 컨설팅만으로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지원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갈등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 역시 관리비 투명성 확보와 입주민 신뢰 회복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관리주체에 대한 제재 강화가 강조되는 만큼 예방과 지원 기능도 함께 강화돼야 정책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감독과 처벌만으로는 투명한 관리문화를 만들 수 없다. 현장이 올바르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제는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법 조문 속 제도가 아닌 현장의 실질적 지원조직으로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전국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 문제로 직접 운영이 어렵다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전문기관이나 관련 단체를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 관리는 국민 다수가 생활하는 공간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공공서비스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처벌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교육과 상담, 기술지원과 컨설팅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지원 없는 처벌은 지속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으로 공동주택 관리의 선진화를 원한다면 이제는 처벌의 강도보다 지원의 깊이를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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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6-01-29 1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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