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화재' 소장, 직원 '무죄' 법원, 방화문 관리 노력 인정
"개방 시 과태료 부과 안내문 부착?안내방송 실시"
많은 인명피해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사고 때 방화문 관리 소홀을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관리사무소장과 직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방화문 개폐 관리를 위해 매달 점검·조치하고 방화문마다 당부 안내문을 부착한 점이 인정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김보라)은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 도봉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 B씨와 관리직원(소방안전관리자) C씨에 대해 11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 측은 최근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A아파트 화재는 2023년 12월 25일 발생해 입주민 3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불은 3층 세대 입주민이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방치한 꽁초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6층 미만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과 각층 방화문이 닫혀있지 않아 연기가 빠르게 확산된 점이 인명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불리며 노후아파트 안전강화 및 대피방침 전환의 계기가 됐다.
검찰은 B소장과 C직원에게 “각층별 방화문이 벽돌 또는 고임목 등으로 열린 채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소방·피난 등 시설 관리 소홀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이들에게 주의의무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 아파트의 1층 승강기 옆 방화문은 사건 발생 당일 화재가 나기 직전까지 닫힌 상태였다”며 “당시 화재진압활동을 위해 방화문을 개방해 놓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해당 층 방화문이 개방돼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이어 △발화 세대에서 발코니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열어 둔 채 대피한 점 △위층 세대의 경우 유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창문이 깨진 점 △방화문에 틈새가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방화문 개방 여부와 관계없이 불과 연기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방화문 관리실태 수사에서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서 방화문과 관련해 무슨 소리를 했지만 열어 놓고 지냈다”, “방화문이 열려 있을 때도 있었고 닫혀있을 때도 있었다”는 등으로 진술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동은 2·3호 세대 입주민들이 1호 세대 옆의 승강기를 이용하려면 항상 방화문을 열고 출입해야 하는 구조여서 통행의 편의를 위해 고임목이나 벽돌 등으로 방화문을 개방해 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아파트의 소방안전관리대행업체는 소방안전관리자인 C직원 입회하에 거의 매달 아파트 방화문을 점검해 양호 상태를 확인했다. C직원은 2023년 4월과 9월 각 동 방화문 개폐상태를 점검해 방화문 고임목 제거 및 문닫음 조치를 하고 B소장에게 보고했다.
김 판사가 판결문에서 언급한 것은 B소장의 방화문 폐쇄 조치 노력이었다. 그는 “B소장이 방화문마다 ‘방화문을 임의로 개방하는 등의 행위 시 과태료 부과 대상’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했다”며 “화재 예방을 위해 실내 흡연을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B소장 측 변호인인 한영화 변호사(한영화 법률사무소)는 “B소장은 이 아파트에 배치되자마자 방화문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화재 피해 예방 노력을 했다”며 “주택관리업체, 소방안전관리보조자 등 증인 신문 과정에서 B소장의 노력이 당시 이례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이 판결이 아파트 소장과 직원들이 방화문 폐쇄, 세대 내 흡연 등 화재 요인 제거, 소방·피난 시설 점검 후 조치 등 화재 피해 예방 노력을 더욱 기울일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