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택관리사 근로환경 실태 (1) 300명 설문조사
70%가 "계약갱신 불안"…"단기 때 전문성 발휘 어려워"?94%
"경력?전문성 비교해 급여 부족" 61%…"표준임금 필요" 91%
'인력 부족' 호소 단지가 56%…"근로환경 불안정 요인" 강조
한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 살림을 관리하며, 장기수선계획을 세우고, 노후 설비를 점검하며, 분쟁을 조정한다. 단지의 안전과 자산 가치, 나아가 입주민의 주거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중한 자리다. 그러나 정작 관리 총괄책임자인 주택관리사의 근로환경은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아파트신문이 아파트 및 집합건물 관리사무소장 등으로 근무 중인 전국의 주택관리사 300명을 대상으로 근로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용불안과 임금 불만족, 인력 부족 문제가 겹쳐 있는 양상이었다.

*자료: 전국 주택관리사 3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계약 갱신 불안 70%…1년미만 계약 36%”
응답자의 70%는 평소 ‘계약 갱신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매우 자주 25%, 가끔 45%)’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8%는 현재 근무 단지에서 1년 이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12개월 미만 단기계약 체결 비율도 36%로 적지 않았다. 그중 6개월 미만의 초단기계약은 현재 9%였고 최근 3년 내 경험자는 36%에 달했다. 계약 갱신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사에 좌우된다고 느끼는 비율은 96%(매우 그렇다 72%, 어느 정도 그렇다 24%)로 압도적이었다.
관리 방식별로 고용 안정성은 ‘비슷하다’는 응답이 48%로 가장 많았다. 서울 A소장은 “말로는 위탁관리지만 인사권은 어차피 입대의에 있으니, 위탁관리나 자치관리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위탁관리가 더 불안하다(22%)’, ‘자치관리가 더 불안하다(16%)’는 응답도 나왔다. 부산 B소장은 “위탁관리회사가 주체적으로 입대의 민원을 단절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소장과 직원을 교체한다”고 지적했다.
단기계약이 소장의 전문성 발휘와 단지 관리의 연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94%(매우 그렇다 72%, 그렇다 22%)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장기수선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시설 관리 자료 축적이 안 된다”, “계약 연장에 신경 쓰느라 소신 있는 업무 추진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기계약이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 응답)로는 ‘입대의의 인사 통제’(68%)가 꼽혔다. 이어 △분쟁 발생 시 계약 종료 용이(44%) △위탁관리업체 변경 가능성(30%) △법·제도 미비(24%) 순이었다. 이 같은 단기계약 문제의 해결 방안(복수 응답)으로는 △법·제도 개선(74%) △관리규약상 최소 계약기간 명문화(47%) △입주민 인식 개선(39%) △부당 해임 시 구제 절차 강화(37%)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30%)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적정 최소 계약기간으로는 ‘3년 이상(43%)’과 ‘2년(37%)’이 다수를 차지했다.

*자료: 전국 주택관리사 3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경력 쌓여도 임금은 제자리 65%”
임금 역시 경력과 전문성에 비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현재 급여가 경력·전문성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응답이 61%(매우 부족 10%, 부족 51%)에 달했다. 응답자의 56%는 월 4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 35%는 30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답해 전체 평균이 월 400만 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됐다.
‘경력이 늘어갈수록 급여 인상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임금 수준 산정을 위한 기준(복수 응답)으로 △세대수(71%) △경력(66%) △시설 규모(62%) △업무 강도(54%)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체계적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
적정하지 못한 급여 책정의 이유(복수 응답)로는 ‘입대의의 인건비 통제(68%)’, ‘관리비 인상에 대한 입주민 반대(51%)’가 많이 꼽혀 고용 문제에 이어 임금 문제 역시 입대의와 입주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드러났다. 이어 △업계 표준임금 기준 부재(38%) △장기근속 보상 체계 부재(31%) △경력·자격에 대한 평가 기준 부재(31%) 등이 이유로 꼽혔다.
관리업계에 임금 실태조사 및 표준임금 기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1%(매우 필요 44%, 필요 47%)에 달했다. 응답자들이 제시한 적정 급여 수준은 초임 350만~400만 원, 5년 이상 400만~500만 원, 10년 이상 500만~600만 원 선이 다수였다.

*자료: 전국 주택관리사 3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법정 의무 늘어도 인력은 그대로”
관리사무소의 적정 인력 확보도 현장에서 큰 과제로 나타났다. 현재 근무 단지의 인력이 ‘부족(47%)’ 또는 ‘매우 부족(9%)’하다고 답한 비율이 56%로 절반을 넘어, 두 단지 중 한 곳 이상 인력 부족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크게 늘리는 요소(복수 응답)로는 ‘노후화에 따른 시설물 수선 및 유지보수 업무(89%)’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준공 20년 이상 단지에서 근무 중이라는 응답이 46%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인력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 부족의 결정적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단지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소요 급증(64%) △법정 의무 점검 및 행정 업무 폭증(50%) △예산 절감을 위한 입대의의 인원 감축(35%) 순으로 꼽혔다.
인력 부족 시 가장 먼저 포기하거나 소홀해지는 영역(복수 응답)으로는 ‘시설물 선제적 예방 점검(74%)’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직원 교육 및 직무 역량 강화 시간 확보(43%) △입주민 민원 응대 및 서비스 친절도(33%) △관리비 절감을 위한 에너지 관리 및 계약 검토 업무(30%) △장기수선계획 검토 및 효율적인 공사 감독(25%) 순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이 단지의 장기적 안전 관리와 서비스 품질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후 단지에서 안전상 허점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복수 응답)로는 △배관 부식 및 누수 대처(86%) △전기 설비 노후 화재 예방(56%) △소방 시설 유지보수(52%) 등이 지목됐다.
세대 수 외에 적정 인력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단지의 노후 정도(73%)’, ‘커뮤니티 시설 및 조경 면적 규모(53%)’가 높게 나타났다. 적정 인력 산정 시 우선 고려 기준으로는 △전체 세대수 및 단지 면적(36%) △준공 연수·시설 노후화(29%) △기계설비·소방 등 법정 선임 대상 시설물 수(20%)가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가 세대수·시설물·노후도를 종합 고려한 적정 인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매우 찬성(48%)’과 ‘찬성(40%)’ 응답이 88%에 달해 제도적 기준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현실에서는 적정 인력 확보를 가로막는 요인도 뚜렷했다. 가장 큰 걸림돌(복수 응답)로는 ‘관리비 상승에 대한 입주민의 저항(77%)’과 ‘인건비 절감을 우선하는 입대의 의사결정(71%)’이 꼽혔다. 이어서 △관리업무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33%) △위탁사 간 저가 수주 경쟁에 따른 인건비 축소(32%) △단지 규모별 표준 인력 산출 근거 부재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적정 인력 확보를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복수 응답)으로는 ‘시설물 노후도에 따른 유연한 인력 배치 기준 마련(75%)’이 가장 높았다. 이어 △관리비 내 인건비에 대한 입주민 인식 개선 교육(53%) △커뮤니티 시설 전문 운영 인력 별도 배치(37%) △기술 인력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지원 및 처우 개선(29%)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 C소장은 “아파트 관리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일인데도 단기계약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관리의 질 역시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 D소장은 “고용, 임금, 인력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인사권과 예산권이 입대의에 집중돼 있고, 임금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단지는 노후화하는데 인력충원이 안 돼 근로환경 전반이 불안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