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독 경제가 가져 온 CCTV 임대 논란
지난해 12월 29일 입법 예고된 아파트 영상정보처리기기(CCTV)의 설치 및 운영 관련 법령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정안의 핵심은 CCTV의 임대 운영 방식을 허용하는 것이다. 직접 설치 시에는 기존처럼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되, 임대 방식을 택할 경우 그 비용을 관리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반대 측은 소유주가 부담해야 할 자산 취득 비용을 임차인까지 부담하는 관리비에 전가하는 것은 장기수선제도의 근본 취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 측은 단지의 상황에 따라 장충금과 관리비 중 선택할 수 있어 입주민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일각에서는 소수 대기업에만 유리하다거나, 장충금 부족의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권익이 소외된 사업체 간의 이해관계 논리나, 소유주가 부담해야 할 장충금을 관리비로 메우려는 발상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오히려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비용 절감효과다. 입주민들이 임대 방식을 고려하는 이유는 AI-CCTV, 원격통합관제시스템 등의 도입으로 보안이 강화되면서도,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특히 야간의) 인적 경비를 절감하여 결과적으로 시설임대료를 포함하여도 관리비가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기기를 빌려 쓰는 임대 차원을 넘어선다. 과거 별개로 간주되었던 ‘시설투자(장충금)’와 ‘운영(수선비)’ 및 ‘경비 서비스(용역비)’가 결합되어 ‘구독형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 목돈 부담 없이 최신 기술을 누리면서도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지다.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향후 커뮤니티 시설이나 케어 서비스 등 주거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구독료 중 설치 비용은 소유주의 자산이므로 장충금을 써야 한다는 원칙론적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장기수선 항목 중 CCTV는 외벽, 지붕, 주차장, 도로 등과 달리 소유주의 자산가치보다는 입주자의 편의와 서비스에 직결된 항목이다.
‘장기수선공사’라는 용어를 ‘자본적지출’ 대신 도입한 배경에는 장기적으로 사용되는 시설의 투자 비용을 단기 거주자인 세입자가 부담하는 부당함을 막으려는 취지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CCTV 등 서비스를 위한 시설에 대해서는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 방식이 장기수선과 일반수선, 서비스 간의 갈등을 넘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CCTV를 동반한 경비서비스의 혜택은 소유주가 아닌 입주민에게 온전히 돌아간다. 관리비야 높건 말건, 경비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건 말건 소유주가 CCTV의 법적 내용 연수인 7년 혹은 작동 불능 시까지 기존 시설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입주민들은 자기 부담으로 자기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낡은 규제의 틀을 벗어나, 변화하는 주거 서비스 환경에 맞춰 제도적 수용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