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파트신문] "법 있어도…" 관리소 女직원 33%만 육아휴직 사용

작성일 :
2026-02-23 10:45:37
최종수정일 :
2026-02-23 10:45:37
작성자
경영지원실
조회수 :
29

■ 본보 관리사무소 여직원 212명 육아휴직 이용 실태 설문
"인수인계 어려워", "업무 공백 갈등", "대체인력 없어" 등 이유
'단기육아휴직 기대' 69%…"매뉴얼 표준화?위탁사 지원?필요"

지난달 29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법 및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8월경이면 단기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다. 하지만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그림의 떡이 아니겠느냐”며 “대체인력 확보 등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육아휴직 사용률, 전체 여성근로자의 절반 

한국아파트신문이 최근 아파트 등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 212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만이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려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4%로 더 많았으며, ‘신청했으나 못 썼다’는 응답도 15%로 나타났다. 사실상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경험률 수치는 정밀한 공식 통계와 비교가 어렵지만, 대체로 국내 전체 여성근로자의 사용률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여성근로자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5년 59.1%에서 2024년 72.2%로 꾸준히 높아졌는데 최근 10년간 육아휴직 사용 경험은 65% 안팎으로 볼 수 있다. 

육아휴직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휴직을 신청해 사용하는 제도다. 사업주가 이를 거부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휴직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올해 새로 생긴 단기육아휴직은 육아휴직 대상인 남녀근로자가 휴원·휴교, 방학, 질병 등 단기간 돌봄 공백 발생시 연 1회, 1~2주 사용할 수 있다. 

본보의 설문조사 응답자는 경리(70%)가 가장 많았고, 서무·행정(25%), 관리사무소장(3%), 시설·미화(2%) 순이었다. 근무 단지는 아파트가 86%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들의 87%는 300세대 이상 중대형 단지 근무자였다. 이들이 일하는 관리사무소의 내근 인원은 3~4명 35%, 2명 27%로 일반적으로 소수 인력으로 꾸려가고 있었다.

이들은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대부분 ‘잘 안다(33%)’나 ‘대략 안다(52%)’로 답해 제도 인지도는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하다(45%)’, ‘가능하지 않다(31%)’, ‘잘 모르겠다(25%)’로 의견이 엇갈렸다.

육아휴직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회계·관리비 등 업무 특성상 대체 근무자에게 인수인계 어려움(57%)’이 가장 높았다. 이어 △민원·전화응대 등의 공백이 갈등으로 이어짐(36%) △예산·관리비 부담으로 대체인력 투입 어려움(33%) △소장·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 눈치(29%) △휴직 얘기 자체가 고용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두려움(21%) 순이었다.

◇ "신청하려니 불이익 걱정"

아파트 경리로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A씨는 “과거 육아휴직을 고려했지만, 아파트 측에서 노골적으로 싫어해 결국 신청하지 못했다”면서 “육아휴직 사용 시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출산 예정인 B경리는 “아파트 경리 업무를 혼자 맡고 있는데 육아휴직을 내면 대체 인원이 없다”고 우려했다. 5년 이상 경력의 C경리는 “아파서 연차 낸 날에도 대체 근무자가 없다는 이유로 ‘원격으로 업무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응답자 절반(52%)은 육아휴직을 꺼냈을 때의 예상 반응에 대해 “원칙상 가능하나 부담을 표출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23%는 “퇴사·교체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적극 권장·지원할 것”이라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한 소장은 “소장으로서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휴직 이야기를 꺼내면 ‘그만두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육아휴직 관련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15%)는 응답도 있었다. 평가나 계약 연장의 불이익, 배치·업무 배제, 퇴사 유도 같은 방식이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다 퇴사 유도를 경험했다는 D경리는 “출산 전부터 ‘아기는 엄마가 봐야지’라고 말하거나 ‘육아휴직을 쓰고 싶으면 급여를 낮추고 민원 전화를 착신 전환해 받으면서 재택근무를 하라’는 등으로 은근히 퇴사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는 직원에게 계약만료 통지하는 것을 봤다”, “‘그만두고 아기나 키우라’는 말을 들었다”, “퇴사 유도에 못 견디고 결국 퇴사하는 직원을 본 적 있다” 등의 사례를 털어놓았다. 

◇ "인력 확보 땐 단기휴직 의향 85%"

응답자들은 단기육아휴직 도입에 기대를 걸었다. ‘시행되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매우 높다 18%, 높다 51%)’는 응답이 69%로 나타났다. 특히 ‘대체인력이 확보된다면 사용 의향이 크게 또는 다소 늘어난다’는 응답은 85%에 달했다.

단기육아휴직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보완 방안으로는 △회계·관리비 업무 표준 매뉴얼 마련(34%) △위탁사 지원 인력(26%) △단기 대체 인력풀 구축(19%) △불이익 신고·보호 강화(19%) 등이 제시됐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있다는 E경리는 “위탁사가 대체인력을 지원하면 자녀 방학 동안 잠시라도 휴직하고 싶다”며 “관리사무소에도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이 많으니 단기육아휴직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F경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는 회계·행정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업무인데도 경리직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다”며 “법적으로 여성근로자에 보장된 권리가 경리 등 여직원들에게 실제 현장에서도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선애 ㈜이지집합건물회계컨설팅 대표는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관리사무소는 소장·과장·경리 3인 구조가 일반적이고 특히 경리는 1인 체제가 많아 업무 대체가 쉽지 않다”면서 “위탁사는 단기 파견 인력을 지원하고, 관리업무 매뉴얼을 표준화해 대체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법률사무소 다현 대표변호사는 “현장에서는 육아휴직자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기존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모성보호제도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체인력 채용은 육아휴직 제도와 일·가정 양립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관리사무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단지 차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위탁사가 인력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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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9 1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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